여성 통증 유병률, 11개 부위 모두 남성보다 높았다
입력: 2026-10-15 08:35 기자: 곽지영
 여성이 남성보다 여러 신체 부위에서 통증을 더 자주 경험한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의 비율은 대체로 55세 이전에 빠르게 증가했지만, 통증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연령은 신체 부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캐나다 맥길대학교를 비롯한 연구진은 118개국에서 수집한 612만 5459명의 자가 보고 통증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Global and regional reference curves for pain across the lifespan in 6.1 million individuals in 118 countrie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분석 대상은 머리와 얼굴, 목·어깨, 손·손목, 팔꿈치, 발·발목, 무릎, 가슴, 등·허리, 복부, 고관절 등 총 11개 신체 부위였다. 통증 유병률은 얼굴이 약 2%로 가장 낮았으며, 등과 허리는 약 40%로 가장 높았다.

 

특히 11개 부위 모두에서 여성의 통증 유병률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차이가 가장 컸던 부위는 얼굴로, 여성의 통증 유병률이 남성의 1.8배에 달했다. 두통은 1.74배, 복부 통증은 1.6배로 조사됐다.

 

연구 제1저자인 맷 필링임 맥길대학교 박사는 남녀 간 통증 유병률 차이가 나타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호르몬과 면역 기능, 신경계의 통증 처리 방식 등 생물학적 요인뿐 아니라 스트레스, 월경과 임신·출산에 따른 신체적 부담, 작업 환경, 의료서비스 이용 방식, 증상을 표현하는 방식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암컷과 수컷 동물의 통증 과민 반응에 서로 다른 면역 경로가 관여한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소개했다. 그러나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차이가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 역시 성별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가 통증 유병률 격차를 직접적으로 일으켰는지 확인한 것은 아니다.

 

연령에 따른 통증 변화도 신체 부위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의 비율은 모든 분석 부위에서 55세 이전에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등·허리와 고관절, 무릎 통증은 20~55세 사이에 빠르게 늘었으며, 이후에도 대체로 증가해 75세 무렵이나 그 이후에 가장 흔하게 나타났다.

 

 

반면 두통은 약 34세, 복부 통증은 약 23세에 유병률이 가장 높았다. 목·어깨 통증은 약 62세, 팔꿈치 통증은 약 59세에 가장 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모든 종류의 통증이 일률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성인기 초기부터 중반까지 신체적 업무 부담과 부상, 체중 증가, 대사질환, 스트레스, 반복적인 신체 긴장 등이 축적되는 것이 통증 증가와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에서는 이러한 요인들이 장기간 누적된 상태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의 발전 수준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건강과 교육, 소득 수준 등을 종합한 인간개발지수(HDI)가 가장 낮은 국가군에서는 80세 이상 인구의 신체 통증 경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군보다 31%포인트 높았다. 특히 가장 고령인 연령대에서는 허리 통증 유병률이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흡연과 비만, 낮은 소득이 전체 통증 부담과 관련된 비중도 추정했다. 세 요인과 관련된 통증 부담은 전 세계적으로 약 18%였지만, 동유럽에서는 27%,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13%로 지역별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간개발지수가 낮은 지역의 통증 부담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이들 요인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환경적 요인을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는 몇 가지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 분석 자료 대부분은 서로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을 비교한 것으로, 동일한 개인을 장기간 추적해 나이에 따른 통증 변화를 확인한 연구는 아니다. 또한 현재 또는 최근에 경험한 통증도 포함돼 있어 연구에서 제시한 수치를 만성 통증 유병률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국가와 지역별로 확보된 자료의 양에도 차이가 있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신시내티대학교의 슈치타 가그 교수는 통증 관리에서 치료 가능한 원인을 먼저 확인하고, 개인의 상태에 맞춰 운동과 심리적 치료, 생활습관 개선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통증을 완전히 없애는 것뿐 아니라 신체 움직임과 일상생활 기능을 회복하는 것도 주요 치료 목표라고 덧붙였다.

 

 

필링임 박사는 이번 연구가 생애 전반에 걸친 통증 예방과 관리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료가 부족한 지역에서 신뢰할 수 있는 통증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해야 연령과 지역의 특성에 맞는 예방 및 치료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성별과 연령, 거주 지역에 따라 통증을 경험하는 양상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통증 유병률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통증의 강도나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는 만큼, 개인의 증상과 건강 상태를 고려한 평가와 관리가 필요하다.